- 2017. 12. 21. 제2회 이승규 작곡발표회 실황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에 완성한 곡으로 작곡가가 양림동 일대의 건축물과 자연을 보며 작곡한 곡입니다.
'12' 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클래식에서는 쇼팽, 리스트, 드뷔시, 스크랴빈 등 많은 작곡가가 12개의 피아노 곡(연습곡)을 작곡하였습니다. '12' 라는 숫자는 기독교의 '12제자' 있습니다. 광주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리는 양림동에서는 '12' 숫자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12' 숫자의 의미처럼 음악적인 부분에서의 완성과 양림동의 의미가 함께 결합하는 곡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곡 / 피아노 이승규)
1곡 펭귄마을
양림동 오거리 바로 옆에 위치한 펭귄마을은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마을로 3년전 펭귄마을 촌장 김동균씨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낸 곳입니다. 마을에 거주하시는 노인들의 걷는 모습이 뒤뚱거리는 펭귄과 같아 ‘펭귄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펭귄을 연상하며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로 작곡하였습니다.
2곡 충견상
충견상은 광주 정씨 8세손 양촌공 정엄 선생이 기르던 개를 기리며 만든 상입니다. 이 개는 한양과 평양 등지에서 감사를 지내던 정엄 선생의 아버지와 연락은 물론, 한양과 감영 지방 사람들과의 문서수발 등 신속한 통신연락 업무를 해 냈기로 유명합니다. 어느 엄동설한에 정엄 선생이 급한 일로 개가 새끼 날 때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 한양으로 심부름을 보냈다고 합니다. 개는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홉 마리의 새끼를 낳게 되었고 주인이 살고 있는 곳까지 한 마리씩 나르기 시작하였는데, 마지막 아홉 마리째 새끼를 나르다 그만 지쳐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정엄선생은 자신의 잘못으로 개가 죽었다고 자책하며 개의 상을 조각하였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주인과 강아지의 애뜻한 우정을 상상하며 작곡하였습니다.
3곡 이장우가옥
1899년 정병호 선생이 지은 가옥으로 광주일대에서 알아주는 ‘만석꾼’의 집이었습니다. 당시 그랜드 피아노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부자였으며, 그의 조카였던 정추 선생은 이 곳에서 음악을 접하게 됩니다. 이 후 정추 선생은 ‘차이코프스키 4대 제자’라는 칭호를 얻으며 ‘검은 머리의 차이코프스키’로 불려지게 되었고, 이장우 선생이 1968년에 이 가옥을 사들여서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됩니다.
가옥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과 피아노 음악을 상상하며 국악풍으로 작곡했습니다.
4곡 한희원 미술관
1955년 광주 양림동에서 출생하여 조선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 하였습니다.
국내외 다수의 작품전 활동을 하였으며 양림동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입니다. 한희원 미술관은 작가 본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희원 작가의 화풍에 대한 인상을 작곡하였습니다.
5곡 충현원
한국전쟁 고아들의 보금자리로,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5월 故 박순이 선생에 의해 창립되어 선교사들과 고아들이 거주하였고, 현재는 호남사회 봉사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현원에서 깊은 잠을 자는 아기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장가로 작곡하였습니다.
6곡 다형다방
양림동에서 청춘을 보낸 시인 김현승의 호 다형(茶兄)을 기리며 지어진 무인(無人) 다방입니다. ‘플라타너스‘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김현승은 평안남도 평양 출생으로 전라남도 광주 양산동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김현승은 정직, 엄격, 고독 등 인간 본질에 관해 어느 시인보다 더욱 탐구하던 분이었습니다.
고독, 가을, 커피를 즐기던 다형(茶兄) 김현승을 생각하며 고독하고 깊이 있는 곡으로 작곡하였습니다.
7곡 선교사 묘원
광주와 양림동을 위해 희생한 내국인과 외국인 22명의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묻힌 묘원입니다. 본인의 삶과 소신을 가지고 광주, 양림동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삶을 기리는 의미로 장송곡풍으로 작곡하였습니다.
8곡 우윌슨 선교사 사택
양림산 기슭에 세워진 2층 벽돌 건물로 미국인 선교사 우윌슨(미국이름, Wilson)이 1920년에 지은 집으로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 건물입니다. 우윌슨 선교사는 당시 천벌로 여겨지던 한센병(문둥병, 나병) 환자들을 가족처럼 보살폈다고 합니다. 당시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우윌슨 선교사와 그 사택은 천국처럼 따뜻한 곳이었을 것입니다.
환자들의 가족보다 더 극진하게 환자들을 보살펴 준 파란 눈의 천사. 그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와 따뜻함을 담아 작곡하였습니다.
9곡 커티슨메모리홀
1904년 12월 19일 오웬과 함께 광주로 이주한 유진벨 선교사는 그해 12월 25일 성탄절에는 유진 벨과 오웬가족, 변창연 등 40여명과 광주지방 최초의 교회를 창립한다. 당시 양림리는 광주의 중앙통이라 할 수 있는 남문에서도 멀리 떨어진 외딴 곳으로 묘지가 많았고 인가도 드문드문 후미진 곳으로 교회를 세울 수 있는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곳을 중심으로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를 설립하여 교육활동을 펼쳤고, 광주 최초의 종합병원인 광주기독병원(현 제중병원)을 중심으로는 의료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교회개척에도 온 힘을 쏟았다. 줄기차게 30년간 일했고, 1925년 9월 28일 그가 그토록 사랑하고 아꼈던 양림동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광주 수피아여고 교정에는 커티스 메모리얼홀이 있다. 바로 '유진 벨 선교사의 기념예배당'으로 유진벨이 우리에게 남겨준 사랑과 은혜를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고 한다. 1921년에 지어진 건물은 기증자였던 커티스의 이름을 따 '커티스 메모리얼홀'이라고 했지만 1955년 회의를 열어 호남 선교의 선구자인 유진벨을 기리는 뜻에서 건물명을 '배유지 기념예배당'으로 해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유진벨의 헌신과 양림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작곡했습니다.
10곡 호랑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는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7호로 수령은 약 400년 정도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진초록 잎을 바탕으로 새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나무로 불리기도 합니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호랑가시나무의 신비로움을 담아 작곡하였습니다.
11곡 수피아홀
여성에게 교육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 '여성의 공부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908년 선교사 ‘유진 벨’이 수피아 여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수피아 여학생들은 일제의 만행에 분노하며 일본군 앞에서 직접 만든 태극기를 흔들다가 3.1 운동 이후 일시 폐교되었고, 1929년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무기 휴교, 1937년에는 신사 참배 거부를 이유로 폐교되었습니다. 그러나 1945년 조국의 광복과 동시에 복교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광주의 항일운동 성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받쳐 독립운동을 하였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심정을 담아 작곡했습니다.
12곡 오웬기념각
개화기 당시 ‘광주 신문화의 발상지’라고 불릴 만큼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열렸던 곳으로, 광주에서 최초로 클래식 공연이 열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종교행사는 물론 음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열려 ‘문화의 전당’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만남이 어우러지는 오웬기념각을 생각하며 화려하고 강렬한 곡으로 작곡하였습니다.